2022. 10. 14. 12:06ㆍ이슈
지난 2007년, '세계 지식재산 기구(WIPO)'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183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한국어를 국제 특허협력조약 국제 공개어로 채택했습니다. 즉, 국제특허로 출원된 내용을 알리기 위해 이제 모든 특허를 한국어로도 번역해 국제사회에 공개한다는 의미입니다.
그간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중국어, 아랍어 등 8개의 국제공용어가 사용되어 왔으나, 한국어가 포함되면서 세계에서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짐을 실감할 수 있었죠.
전 지구상에 존재하는 언어는 약 3,000개라고 합니다. 다만, 언어는 있지만 이를 표기할 문자가 없어 자신들의 역사를 기록할 수 없는 부족이 대다수라고 알려졌습니다. 이에 UN은 이들에게 한글을 보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전 세계 모든 소리를 가장 비슷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글의 우수성을 알아본 것이죠.
즉, 언어는 있지만 이를 표현할 글자가 없는 부족들을 중심으로 한글 보급을 시작했는데, 그중 첫 번째 사례가 바로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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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국에서 한글 교사가 파견된 후 벌써 12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12년이 지난 현재, 역사상 최초로 한글을 수출한 '찌아찌아족'에는 단 한 명의 한글 교사만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저는 10년째 홀로 남아 외로이 한글을 전파하는 그분과의 인터뷰를 이번 콘텐츠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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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인구수를 자랑함과 동시에 섬으로 이루어진 국가들 가운데서는 가장 거대한 영토를 가졌습니다. 섬으로 이루어졌다 보니 공용어인 인도네시아어 외에 소수민족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수가 약 300개에 달하는 동남아 최대 다민족, 다문화 국가 중 하나입니다.
2009년부터 한글 보급 대상으로 선정된 '찌아찌아족'은 약 6만 명에 이르고, 찌아찌아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8만 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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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들에게 언어는 있지만, 이 언어를 표현할 글자가 마땅치 않았는데요. 원래 라틴어를 사용했으나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기록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한국의 '훈민정음 학회'는 2009년, 인도네시아 부톤섬의 바우바우시를 찾아가 한글을 표기 언어로 사용해 보라고 건의했고, 바우바우시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한글 보급이 시작됐는데요.
사실 2010년부터 한글 교사가 파견된 후 약 12년이 지났지만, 언론마다 전하는 보도가 달랐습니다. 일부 언론은 "한글 교육이 흐지부지되고 있다"라는 부정적인 평가하기도 했고, "원래 정서법상 한글과도 맞지 않았다"라는 회의론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 언론이 2019년 현지에 기자를 보내 확인한 결과, 찌아찌아족 초등학생 1,000명이 찌아찌아어를 한글 교재로 배웠다고 대답했고, 2018년부터는 다른 도시에서도 한글 수업이 이뤄지는 등 현지에서 평가는 꽤 좋았다는 보도를 내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한글로 다른 민족의 역사를 기록하고 남긴다는 것이 한국인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인도네시아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를 상당히 거북해했습니다. 왜냐하면 인도네시아의 중앙정부 언어 정책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 정부 일각에서 공식 문자인 로마 라틴 외에 또 다른 문자 체계를 채택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고, 자칫 이는 외교 갈등으로 비화될 소지가 다분했었죠. 과격한 일부에서는 이를 '제국주의적인 문화 침탈'로 보고 강하게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이런 위기에도 결국 찌아찌아족은 한글을 받아들여 자신들의 언어를 한글로 표기하고 있죠. 사실 이렇게 인도네시아의 아주 작은 섬에서 한글을 보급하고 있지만, 이는 서양인들에게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라틴 알파벳을 활용해 변용한 자국어를 사용해오기는 했으나, 비라틴 알파벳이 보급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던 것이죠. 그렇다면 한글의 어떤 점이 외국의 언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기적 같은 일을 이끌어 낸 것일까요?
우선, 한글이 가진 방대한, 무궁무진한 확장성 때문입니다. 왜 한글이 채택되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죠. 찌아찌아족은 원래 아랍 문자를 변형한 '자위(Jawi)' 문자와 라틴문자를 사용해 글자를 표기했었습니다.
그러나 라틴문자는 찌아찌아어에 존재하는 모든 소리를 기록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가령 라틴어는 '파'를 비롯해 'ㅍ' 발음을 표기할 수 없습니다. 소리는 존재하지만, 이를 쓸 수 있는 문자가 없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역사와 신화, 문화, 지식 등을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후손에게 전달할 수 있는데, 이 언어를 제대로 기록할 수 없으니까요.
소리는 있지만 이를 나타낼 문자가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지만, 한글은 이를 완벽히 극복해냅니다. 전 세계 모든 문자 중 한글이 가진 가장 특별한 점은 창제자뿐 아니라 창제 시기, 창제 목적, 창제 원리가 모두 밝혀진 유일한 글자라는 점입니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1443년에 "백성 누구나 문자 이용의 혜택을 골고루 누리게 하겠다"는 목적으로 창제하였고, 그 창제의 원리도 명확합니다.
자음의 경우, 기본자인 'ㄱ, ㄴ, ㅁ, ㅅ, ㅇ'은 각각의 소리를 낼 때 사용되는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 만들었습니다. 'ㄱ'은 뒤혀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 'ㄴ'은 앞혀가 윗잇몸을 막는 모양, 'ㅁ'은 입모양, 'ㅅ'은 잇모양, 'ㅇ'은 목구멍 모양을 본뜬 것입니다. 소리 문자에 상형의 원리를 도입해서 글자만 보아도 소리를 짐작할 수 있게 만든 것이죠.
이 기본 글자에서 파생된 추가적인 자음들을 만들었는데요. 가령 'ㄱ'을 뒤집어 'ㄴ'으로, 'ㄴ'에 'ㄱ'을 얹어 'ㅁ'으로, 'ㄴ'에 획을 그어 'ㄷ'으로, 'ㄷ'에 획을 그어 'ㅌ'을 만든 것이죠.
모음 역시 창제의 기준이 명확했습니다. '천지인' 즉, 하늘, 땅, 사람을 기준으로 모양을 본떠 창제했습니다. 가령, 'ㅡ'는 땅이 평평한 모양을 본떠 바닥에 눕혔고, 'ㅣ'는 사람이 서 있는 모양을 본떠 수직으로 세웠고, 하늘은 공중에 띄울 수 없기 때문에 점으로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사람과 하늘이 만나 'ㅏ'도 되고 'ㅓ'도 되는 것이며, 땅과 하늘이 만나면 'ㅗ'도 되고 'ㅜ'도 됩니다. 이 3가지 기본 형태를 조합해 'ㅘ', 'ㅝ', 'ㅟ', 'ㅢ' 등이 만들어지는 것이고, 이를 좀 더 복잡하게 조합해 'ㅐ', 'ㅑ', 'ㅕ', 'ㅞ', 'ㅠ'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누구나 이 원리를 알면 세종대왕이 강조했던 것처럼 어리석은 이도 한나절이면 한글을 모두 배울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문자 중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로마자'와 '한자'는 어떨까요?
이 2개의 문자는 약 3,000여 년이라는 긴 시간을 거치며 완성됐습니다. 한자의 경우 사물의 모양을 보고 글자로 만든 '상형문자'이기 때문에 새로운 물건이 등장하면 이를 표현할 글자가 새로이 등장합니다. 완성도가 부족하죠.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새로운 글자는 끊임없이 등장할 겁니다.
로마자 역시 완성도가 부족한 것은 동일합니다. 문자와 소리가 따로 놉니다. 가령 'know'는 '크노우'라고 읽는 것이 아니라 '노우'라고 읽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발음기호 상 'k'는 묵음이기 때문에 글자를 있는 그대로 읽었다가는 낭패를 당합니다. 즉,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듯 'k'를 '크'라고 읽지 못합니다. 문자와 소리가 별도로 존재하니까요.
반면, 한글은 다릅니다. 글자 그대로 글자 역할을 하면서 발음 기호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읽어주면 됩니다. '글자'를 '글지'라고 읽거나 '그자'라고 읽지는 않죠. 어쨌든 자음과 모음이 완벽히 분리된 한글은 초성 19자, 중성 21자, 종성 28자를 모두 조합해 만들 수 있는 글자, 즉 소리가 11,172개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문자를 만들어 낼 필요도 없이 이 조합만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대부분의 소리를 최대한 비슷하게 표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괜히 찌아찌아족에서 한글로 자신들의 언어를 표현하도록 권장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찌아찌아족에 한글이 보급된 지 벌써 12년째가 지난 지금, 현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한글을 외국에 수출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해 주었던 찌아찌아족에는 여전히 한글 교육이 진행되고 있을까요?
지난 6월경, 전 우연히 한 기사를 통해 "부톤섬 현지에 한글 교사는 딱 한 명 남아 있다"라는 내용과 함께 한 선생님이 부톤섬에서 12년째 홀로 외로이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글날을 맞아 그분의 이야기를 다루기로 하고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정덕영' 선생님과 연락을 취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선생님은 현지에 계시고, 저는 한국에 있는 관계로 영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너무 존경스러운 마음에 한글날을 기념해 그분을 담아보기로 했습니다. 현지 사정상 직접 영상을 찍어 보내기 어려운 점이 있어, 서면으로 대부분 보내주셨기에 글로 대신하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Q) 현재 선생님은 부톤섬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정덕영 선생님) 찌아찌아족 마을 4개 초등학교에서 한글 나눔을 하고 있고 찌아찌아 부족과 함께 다른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한글 교사 양성 과정을 개설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초등학교 4곳, 중학교 1곳, 고등학교 3곳에서 보조교사 3명과 함께 교육 중입니다.
Q) 12년째 찌아찌아족을 떠나지 않고 한글을 가르치고 계시다는데, 왜 그런 결정을 하셨나요?
정덕영 선생님) 처음에는 흥미롭기도 하거니와 적성에 잘 맞아서 즐겁게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대상 학생 수와 학교도 많아지고, 부톤섬의 많은 찌아찌아족을 비롯한 타 도시 부족들까지 큰 기대를 하고 참여하기 때문에 개인이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스템이 마련되어서 조직적으로 일이 진행되어야 한글 나눔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한글 교육을 하면서 한편으로 바우바우시 남부톤군과 교육에 대한 협의 및 제반 체계를 구축하다 보니 12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Q) 선생님께 한글을 배운 아이들은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정덕영 선생님) 처음에 배운 학생들은 이제 곳곳에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기의 몫을 해내고 있습니다. 보람을 느낍니다. 향후 한글 나눔, 부톤왕국의 소개 등을 포함한 문화교류와 더 나아가 기술, 경제 교류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습니다.
Q) 현재 관심이 많이 줄었는데, 앞으로 한국 정부나 지자체, 개인에게 바라는 것이 있을까요?
정덕영 선생님) 부톤섬은 지정학적으로 인도네시아의 교통 요충지이면서 부톤왕국은 1960년까지 왕조를 이어오던 유서 깊은 문화도시입니다. 우리나라의 지자체와 교류가 이뤄진다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디씨멘터리 구독자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정덕영 선생님) 문자를 나눈다는 것은 농사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관심을 가지고 긴 시간 동안 정성껏 가꾸어 나가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하고 실제로 많은 백성이 사용하게 되기까지 500년이 훨씬 넘는 세월이 걸렸죠. 긴 호흡으로 응원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한글 보급 12년이 지났지만, 한국으로부터의 관심이나 후원이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이에 저는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요청드렸음에도 선생님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며 거절하셨습니다. 아마 자신이 하시는 일이 다른 시선으로 비칠까 걱정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선생님의 뜻을 존중해 기부나 후원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드리지는 못합니다.
다만 '한국 찌아찌아 문화교류 협회' 홈페이지가 있으니 정덕영 선생님과 협회가 어떤 일을 해 오고 계신지 두루두루 살펴보시고 응원의 말씀 한 마디씩 남겨드리는 것은 어떨까요? 찌아찌아족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선량한 이웃이 되고 싶다던 선생님,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존경합니다.
저작권 보호를 받는 본 콘텐츠는 유튜브 채널 디씨멘터리의 이용허락을 받아 유텍스트 YouText가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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