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발견된 보물선, 채굴 망설이는 충격적인 이유는?

2022. 11. 18. 19:29이슈

부산에서 발견된 보물선, 채굴 망설이는 충격적인 이유는?

불과 4년 전인 2018년, 대한민국 언론은 전래동화나 등장할 법한 '보물선'이라는 단어로 뒤덮였습니다. 바로 "울릉도 앞바다에서 150조 원짜리 보물선을 찾아냈다"는 기사였습니다.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울릉도 앞바다에는 금화와 금괴를 실은 보물선이 침몰에 있다는 소문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는 거짓은 아닙니다. 불과 100년 전에 러시아 제국의 6,200톤급 '드미트리 돈스코이호'가 실제로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했으니까요.

1905년 5월 29일, 울릉도 인근 70km 지점에서 일본 함대에 포위된 돈스코이호 선장은 일본에 보물을 넘겨줄 수 없으니, 미래를 기약하자면서 최대한 울릉도 쪽으로 배를 이동시킨 후 자침했습니다. 선원들과 선장은 모두 대피했지만, 돈스코이호는 그대로 울릉도 앞바다에 가라앉았는데요.

나중에 알려진 사실 따르면, 당시 러시아 제국의 발트함대는 금괴를 포함한 골동품을 싣고 다녔습니다. 전쟁을 치르기 위해 필요한 연료 및 식수 등을 중간 기착지에서 구매해야 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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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소문으로 남았던 돈스코이호 인양 소식이 2018년 등장했습니다. 신일그룹은 인양을 위해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등 의미 있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결국 사기로 드러나면서 피해자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물론 관련자들은 법적 처벌을 받았지만, 약 90억 원의 피해를 발생시킨 보물선 인양 스토리는 그렇게 사라졌죠.

이처럼 '숨겨진 보물'이라는 단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사람들의 눈과 귀를 현혹시킵니다. 그런데 여기 한국 제2의 도시라는 부산에, 그것도 도심 한복판에 약 80조 원짜리 보물이 매장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없는 도심 한복판의 보물일지, 아니면 제2의 돈스코이호 사건일지 알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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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약 80조 원, 언뜻 들어보면 그 가치가 좀처럼 상상되지 않습니다만, 북한과 휴전 중인 대한민국의 1년 국방예산이 약 53조 원입니다.

그런데 2019년, 부산에서 발견됐다는 소문이 돌았던 '금련산 구리광산'의 가치가 80조 원이니, 대략 얼마나 시끄러웠을지 감이 오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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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는 청동기 시대를 지배했던 물질로, 기원전 9,500년에 출토되었는데요. 성경에 '놋'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기원전 5,000년 무렵, 고대 이집트에서도 사용했는데, 구리는 도구뿐만 아니라 화폐로도 사용되었죠.

한국에서는 '놋쇠' 또는 '방짜유기'라는 이름의 식기로 사용되는데, 구리와 주석을 섞어 만듭니다. 구리 78%와 주석 22%라는 황금비율로 만들면 절대 깨지지 않는 완전한 그릇이 탄생했는데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구리를 유용하게 사용하던 인류는 구리에는 전류가 잘 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이후 케이블은 물론 대부분의 전자제품에 구리를 사용하게 됩니다. 그래서 구리를 두고 '21세기의 금'이라고 부르고 있죠.

여기에 꿈의 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리 기판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쩌면 22세기, 23세의 금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미래산업을 육성함에 있어서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구리가 부산, 그것도 '망미동'의 한 산골에 대량으로 매장됐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은 2019년 4월입니다. 국내에는 금속 부존자원, 즉 지하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금속류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구리 역시 그렇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관련 종목의 주가가 일시적으로 30% 급등하기도 했는데요. 부산에 매장됐다는 구리광산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의 '2020년 폐광산 환경오염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지역 광산은 모두 44곳이며, 모두 채굴이 중단된 광산들"이라고 합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는 부산 해안을 군사기지로 만들면서 육지의 자원 약탈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광산 개발을 위해 수많은 한국인을 강제로 동원했고 부산 도심의 산을 마구 파헤쳤죠.

패망 이후에는 폐광산을 그대로 방치해 폐광이 되었는데,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기장군의 '일광광산'은 구리 매장량이 어마어마하다고 알려진 광산입니다. 현재는 동굴 법당으로 사용되고 있죠.

1917년, '조선총독부 지질조사서'에 따르면, "옛 동래군 남면 광안리 계곡에 동광산 있다"라고 쓰면서 "자철석, 황철석, 황동석 및 석영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광량은 근소하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80조의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2019년 4월 중순부터 언론은 "부산에 80조 원짜리 구리 광산이 발견됐다"라는 보도를 냈습니다. 당시 부산 국제관광개발은 광업 등록사무소에 채굴권 허가를 신청한 후, 이 지역에 대한 표본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업체는 "가로 20m, 세로 40m, 깊이 20m에 대한 표본조사 결과, 구리 3,600톤이 묻혀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에 추정치가 80조 원에 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혹시라도 제기될지 모르는 '사기'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검찰에 표본조사 결과가 사실이라는 점을 밝혀 달라며 수사를 의뢰했는데요.

알려진 사실에 따르면, 당시 울산지검과 부산고검은 표본조사 구간에는 확실히 3,600톤의 구리가 매장된 것이 확실하다고 확인했고, 이에 따라 부산 국제관광개발은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함께 본격 개발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뜬구름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전문가들은 구리에 의한 2차 산화물이 녹색을 띠는 점으로 봤을 때 구리광산이 맞지만, 광산업의 특성상 구리가 실제로 매장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정확한 매장량이나 광석의 품질, 광산개발의 경제성 등이 불투명하고, 또한 국내 지질 구조상 경제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합니다. 80조 원의 매장 가치가 있다는 점도 부풀려진 것으로 판단하는데요.

만약 80조 원의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채광-선광 공정을 거쳐 1,000만 톤 이상의 고순도의 구리 광석 확보되어야 하는바, 이는 매장된 원광을 기준으로 최소 5배 이상이 묻혀 있어야 합니다. 즉, 구리는 순수한 광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광물과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제련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러므로 표본 조사한 3,600톤은 원광 매장 기준이지, 구리 함량이 아니기 때문에 매장 가치가 부풀려진 겁니다. 즉, 완전한 사기로 볼 수는 없지만, 우리가 믿고 싶은 것처럼 80조 원의 가치는 아니라는 것이죠.

그런데 이 구리광산은 오히려 잠재적 이득보다 현실적 폐해가 훨씬 많은 광산입니다. 왜냐하면 제대로 된 폐광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아 중금속 오염 위험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죠.

원래 광산을 폐광하게 되면 지하 채굴로 인한 지반 함몰, 제련 과정에서 생기는 폐수, 채굴석이 지하수에 잠겨 주변에 중금속이 날아다니거나 물에 녹아 갱도로 배출됩니다. 광물 찌꺼기를 모아둔 적치장에서 오염된 침출수가 발생하기도 하죠.

따라서 광산 안전법에 따라 조광권자는 오염된 갱내수를 정화하고 광물 찌꺼기의 유실을 방지하는 등 광해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만, 위 광산은 일제가 마음대로 파헤쳤다가 패망과 함께 방치하고 떠났습니다. 당연히 주변 지역이 중금속에 상당히 오염될 수밖에 밖에 없습니다.

실제 조사 결과, 해당 광산에서의 구리 검출량은 토양오염 우려 기준의 4배를 웃돌며, 카드뮴도 기준치를 초과합니다.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주민들은 중금속에 오염됐을지도 모를 갱내수를 생활용수로 쓰기도 했습니다. 80조 원의 구리 매장설로 설레게 했던 광산이 이제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겁니다. 허무맹랑한 소식에 휘둘린 투자자들은 또 피해를 입고 말았습니다.

광산업은 아픈 역사는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과 함께해 왔는데, 빠르게 발전한 만큼 부작용의 사례는 너무나 많습니다. 자연 파괴는 물론, 제대로 관리되지 못해 인근 주민들의 피해와 안전관리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 경북 봉화군에서 일어난 광산 매몰사고 역시 관리 부실로 인해 발생한 인재입니다. 수직갱도에서 900톤의 토사가 수직으로 쏟아지며 2명의 광부가 매몰되었고, 광산업체는 매몰된 2명을 자체 구조하러 실패하자, 사고 이튿날이 되어서야 소방서에 신고했습니다. 그리고 사고 발생 221시간 만인 11월 4일에야 구조되었죠.

11월 10일, 박영순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 동부 광산 안전사무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성안엠앤피코리아'가 운영하는 봉화 금호광산은 2020년~2021년 산업통상자원부에 7차례 정기/수시 안전 점검에서 모두 17번의 시정 지시와 안전 명령을 받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비상 대피로를 만들지 않은 채 작업하다 지적을 받은 적도 있다고 하는데요.

이는 그동안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징후가 충분했음에도 제대로 된 대책이 세워지지 않았다는 것을 뜻합니다.

경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려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원하청 광산업체 2곳에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는 '광산 안전 현황 점검 회의'를 열고, 경북 봉화군 광산 사고와 같은 일을 막기 위해 연내 35개 광산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광산 안전에 대한 조치는 아무리 과해도 지나치지 않다"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광산 안전 관리 체계를 더욱 철저히 점검해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사고 당시 매몰되었다 구조된 박정하 씨는 퇴원에 앞서 "구조된 후 주변 사람들에게 처절한 구조 활동 얘기를 들었다"라며 고마움을 전하면서도 "저는 건강한 모습으로 이곳을 나가지만, 전국 각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 광부들은 아직 어두운 막장에 있다"라며 "부디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전했습니다.

어째서 이런 사고가 발생해야만 우리는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요?

급격한 경제 성장과 산업화를 성공시키는 동안 누구보다 빨리, 누구보다 앞서가기 위해 너무 달리기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고나 자연 파괴 등의 불편한 뉴스보다는 80조 원의 광산 뉴스에 열광하는 우리, 자원 부국인 대한민국보다 안전하고 깨끗한 대한민국이 되길 바라며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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