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12. 15:41ㆍ이슈
미·중 간의 무역 갈등이 극에 이르고 있음에도 중국인의 아이폰 사랑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애국주의 소비가 심한 중국에서 중국인이 타제품과 달리 아이폰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애플이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일례로 애플이 최근 공개한 아이폰 14 시리즈에 중국 반도체 업체인 양쯔메모리테크놀리지(YMTC)가 만든 낸드플래시를 채택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힌 것을 들 수 있습니다. 그동안 아이폰에 장착되는 낸드플래시와 디램 대부분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급해 왔는데요. 애플은 중국 업체 쪽 메모리 공급선 다변화를 통해 국내 업체와의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가지려는 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 9월 14일, 중국의 각 도시를 중심으로 아이폰 14 정식 판매가 진행되자 오전부터 수많은 이들이 줄을 지어 제품을 구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지에 보이는 곳은 중국 광저우에 있는 애플 전용 판매처인데요. 가게가 오픈하기 전부터 수백명이 줄을 지어 대기하고 있었으며 이 중 휴대폰을 5대 이상, 심지어 10대 이상 구매한 이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는 구매하지 못 한 사람에게 우리 돈으로 15만 원에서 20만 원가량의 웃돈을 얹어 되팔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애플이 중국에서 이렇게 잘 나가는 반면, 삼성은 2013년 이후 8년 연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2021년 7월부터는 중국 점유율이 1% 이하로 떨어지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인 카날리스는 "중국의 주 소비층인 30~40대의 머릿속에 2016년 8월 발생한 삼성의 노트7 폭발 사고가 남아 있어 그 사건이 지금까지도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중국 내 삼성 관련 인터뷰]
삼성에게 묻고 싶습니다. 저처럼 노트7을 이용하는 정상적인 소비자에게 이번 폭발 사건 이후 할 말이 없나요? 책임감을 가진 기업이라면 A/S를 거부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삼성은 노트7을 사용 중인 20만 고객에게 정확한 설명 및 배상,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은 이제야 리콜을 하고 있는데, 리콜로 끝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삼성전자는 2018년 심천 통신장비 공장과 천진 스마트폰 공장 가동을 멈췄습니다. 2019년에는 혜주의 스마트폰 공장을 철수했으며, 2020년에는 소주의 PC 공장 문도 닫은 상태입니다. 현재 중국 서안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 소주에 가전 및 반도체 조립 / 테스트 공장 정도만 운영하고 있어 중국에서 완전히 발을 빼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6월 중국 청년망에 보도된 39개 삼성 생산 라인 공장의 철수와 관련된 기사를 보면, 삼성은 지금까지 중국에서 166개 회사에 투자해 왔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39개 생산 기업과 44개에 이르는 판매 기업, 10개의 연구소 및 73개의 지점 영업소가 포함됩니다.
업무 범위 또한 전자, 금융, 중공업, 화학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있으며 총 12만 명의 현지 직원을 채용했다고 합니다. 이에 더해 삼성과 관련된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대략 60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당 지역 경제를 삼성이 거의 먹여 살린 것입니다.
류카이밍 당대사회관찰연구소 소장은 "2019년 9월 중국 혜주에 있는 삼성 스마트폰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대략 1만 명 정도였으며,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3만에서 5만 명이 삼성의 밥을 먹고 있었다. 그러나 혜주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관련 업체 100여 개가 동시에 파산했고, 이는 지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언론은 "2019년 삼성 철수 후 유령 도시가 된 혜주에는 TCL통력전자가 들어왔으며, 지역 경제가 다시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어 삼성 철수의 후유증은 완전히 사라졌다"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 철수 3년 후 혜주 지역 모습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활기차게 돌아가야 할 공장이 아직도 구인 중에 있었으며 회사 근처는 한산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삼성 직원을 실어 나르던 대형 버스가 주차하던 주차장은 전기차 충전소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던 육교는 왕래가 없었는지 낡은 모습이었습니다. 퇴근 시간이면 북적이던 공장 건너편 번화가도 한산한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인적조차 드문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지역의 한 주민은 "과거 삼성이 있을 때는 1만 명 직원을 수용하기 위한 6~7층짜리 빌딩만 100여 개에 달했다. 20년 동안 삼성이 혜주시를 먹여 살렸는데, 삼성 철수는 혜주에서 100km 밖에 있는 동완 지역까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은 혜주에 있는 마지막 스마트폰 공장을 폐쇄할 때 퇴직자의 일자리를 알아봐 주는 것은 물론, 여느 중국 기업이 하지 않은 퇴직금을 지급했으며 최신형 핸드폰과 브랜드 시계까지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은 2023년 7월부터 베트남에서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기로 밝혔습니다. 고부가가치의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기판(FCBGA) 생산을 대폭 확대하기 위해 중국이 아닌 베트남에 집중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죠. 1조 3천억 원 이상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삼성이 그동안 단순 조립만 담당하던 베트남에 위와 같은 고부가가치 사업을 유치한 것에 중국이 놀란 것일까요? 중국의 관영 매체 관찰자망은 지난 9월 16일, 삼성이 베트남에 가동하려던 스마트폰 공장을 중국 서안으로 돌릴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관찰자망은 "삼성이 웨이보에 올린 8초짜리 동영상을 통해 관련 사실을 알렸다"라며, 올 4분기 베트남에 가동하려던 공장을 중국 서안으로 옮길 가능성을 두고 삼성 수뇌부가 선택을 앞두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해당 매체는 "관련 조직을 접한 중국 언론이 모든 라인을 다 동원해 서안시의 개발위원회와 투자 합작을 담당하는 고위 관계자에게 물어봤지만 이와 관련하여 서안 시는 삼성 측에 그 어떤 답도 듣지 못했다"라고 전했습니다.
다만 서안시 고위 관계자는 "서안에 아직 삼성의 메모리 반도체 공장이 운영되고 있어 삼성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높은 편으로, 최대한 모든 방안을 다 동원해 삼성의 긍정적인 답변을 얻으려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서안 시가 삼성 측의 어떠한 답도 듣지 못하자 관찰자망이 직접 삼성에 취재를 요청했으나 역시나 아무런 답도 얻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중국의 관영매체와 서안시가 삼성이 올린 8초짜리 동영상에 온갖 기대를 품고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안달이 난 것입니다.
또한 해당 매체는 "현재 글로벌 기업이 중국 대신 인도나 베트남을 차세대 투자지역으로 선정하고 있는데, 중국 당국이 나서서 삼성 공장을 다시 중국에 유치한다면 이는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당국의 적극적인 태도가 중요하다"라며 당국이 직접 나서기를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관련 소식을 접한 중국 네티즌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삼성이 중국에서 문 닫을 때 직원들 보상 다 챙겨준 게 생각나네'
'정말 감격적인 소식이네. 오랫동안 삼성을 좋아한 나 같은 사람은 가격이 130만 원이든 150만 원이든 무조건 삼성폰 살 거야'
'주변에 삼성폰 쓰는 사람이 있던가? 나는 샤오미 쓰다가 지금은 화웨이로 갈아탔는데, 국산품 써야지'
'삼성이 현명한 선택을 하네. 화웨이는 판매량이 감소 중이고 요즘 애플에 화가 난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고. 삼성이 기회를 잡으러 오는구나'
'삼성이 중국에 다시 공장 짓는다고 삼성폰 사는 사람이 있을까?'
'삼성이 중국에 오는 걸 적극적으로 환영해야 합니다. 그래야 서로 윈윈 하죠'
'삼성이 와서 취업 문제 좀 제발 해결해 줬으면 합니다'
'삼성이 중국에 오면 메기 효과를 일으킬 것이니 환영해야 합니다'
'중국 기업 이 노동자를 사람 취급하나요? 삼성 같은 그룹이 와서 경쟁해야 국내 브랜드가 정신 차리고 품질 높이지'
'서안시가 삼성에 그 어떤 답변도 듣지 못했다니 이거 참 슬픈 말이네요'
2013년 한때 6만 명이 넘던 중국 내 삼성전자 임직원 숫자는 현재는 1만 명대로 주저앉았다고 밝혔습니다. 미·중 분쟁과 중국의 봉쇄 정책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으로 인해 중국을 벗어나 거점을 옮기는 것인데요. 이게 과연 중국에 무슨 좋은 점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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