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도 한참 됐는데... 또다시 급부상한 한국어학과?

2022. 11. 11. 03:32이슈

한류 열풍도 한참 됐는데... 또다시 급부상한 한국어학과?

조선시대 관리를 뽑는 과거시험은 그 경쟁률이 극한에 이르렀습니다. 혈통이 아닌 오로지 실력으로 당락이 결정됐기 때문에 전국에서 과거시험 응시를 위해 한양으로 몰려드는 선비는 감히 그 숫자를 헤아릴 수도 없었습니다.

평균 합격 나이가 30~35세라고 하니, 약 25년간 오로지 과거시험에 매달려야 간신히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이 조선시대 과거시험인데요. 500년 조선 역사에서 과거시험의 최고 스타는 바로 5,000원권 지폐의 주인공 '율곡 이이'입니다.

'문'을 숭상한 조선이었기 때문에 문과 시험이 가장 경쟁률이 높았는데, 알려진 바에 따르면 평균 경쟁률이 무려 2,000:1에 달했습니다. 문과 시험 급제를 위해서는 '생원시'부터 '전시', 합격까지 총 9번에 걸쳐 시험을 치러야 했는데, 율곡 이이는 9번의 시험에서 전부 장원으로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불가능에 가까운 합격률을 자랑하던 과거시험의 경쟁률을 넘는 시험 경쟁률이 최근 인도에서 갱신됐습니다. 오로지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인도 학생들이 인도의 한 명문대학교로 몰려든 것인데,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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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평균 경쟁률 2,000:1로 수능보다도 경쟁률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진 조선시대 과거시험 중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한 시험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1800년 3월 21일, 정조 24년에 치러진 시험인데요. 정조는 왕세자인 '순조'의 책봉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 시험을 열기로 결정했는데, 시험 장소는 '창경궁 춘당대'였습니다. 그런데 이 특별 시험 경쟁률이 얼마나 높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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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에 따르면 "21일의 시험은 세 곳으로 나누어 치렀는데, 총응시자 수는 111,838명에 달했고 답안지를 제출한 사람은 모두 38,614명이었다. 다음 날 시험의 응시자는 103,579명이었고 답안지를 제출한 사람은 32,884명이었다."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양일간 답안지를 제출한 응시자가 71,498명이었는데, 첫날 시험에서 10명, 이튿날 시험에서 2명을 뽑았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를 환산하면 첫날 시험 경쟁률은 11,184:1이고, 이튿날 시험 경쟁률은 단 2명을 선발했기 때문에 무려 51,790:1입니다. 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극한의 경쟁률이 아닐 수 없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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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바에 따르면 2022학년도 서울대학교 정시 평균 경쟁률이 4.13:1로 나타났고, 그중 가장 경쟁률이 높았던 학과는 농경제사회학부로 10.31:1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인도의 한 명문대학교에서 한국어학과 모집 경쟁률이 조선시대 과거시험 평균 경쟁률보다 높은 3,300:1을 기록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네루대학교'인데요. 이번 가을학기 한국어학과 정원 30명을 뽑기 위해 지원자를 분석한 결과, 무려 10만 명이 넘는 학생이 몰려 이제껏 본 적 없는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어학과는 네루대학교에서도 경쟁률이 가장 높은 학과로 꼽히는데, 다른 외국어학과보다도 합격 점수가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하죠. 경쟁률이 높을수록 엘리트들이 몰려 있을 가능성이 높아, 네루대학교에서도 가장 기대가 큰 학과인데요.

지난 1995년 한국어학과를 개설한 네루대는 한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매년 정원보다 적게는 수십 배, 많게는 수천 배 많은 지원자가 몰려들고 있는데요. 학과 설립 후 3년 뒤인 1998년에는 인도 내에서는 최초로 한국어학과 석사과정까지 개설했다고 하죠.

네루대학교의 인기를 목격한 뉴델리 3대 국립대 중 한 곳인 자미야대 역시 최근 석사학위 과정을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류로 촉발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소위 한국 전문가를 양성하는 구조로 발전하는 겁니다.

아마도 이 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이 꿈꾸는 것은 한국 기업 또는 한국과 관련된 기업으로 취업하는 것일 텐데, 엘리트 학생들인 만큼 어렵지 않게 취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한국어 배우기' 열풍은 최근 전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는 하지만, 인도의 경우는 조금 이야기가 다릅니다. 단순히 3,300:1이라는 경쟁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인도에서 중국이 채웠던 자리를 한국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인도와 중국 사이에는 뿌리 깊은 갈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1950년대 후반부터 전개된 국경 분쟁 때문인데요. 인도는 카슈미르 북동쪽에서, 중국은 티베트 남서쪽에서 대치 중인데요. 1962년에는 실제로 전쟁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인도는 세계 1위 인구수를 보유한 중국을 적으로 두기보다는 실리를 챙기기로 결정하고 중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는 통 큰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다 2019년과 2020년에 양국 병사들의 충돌이 도화선이 되어 다시 반중 감정이 고조되었는데, 결국 인도가 중국어를 축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즉, 제2외국어 목록에서 중국어를 제외하고, 그 자리에 한국어를 채우기로 한 것이죠.

지난 2020년 7월 30일, 인도 정부는 새로운 교육정책을 발표하면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한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한국어는 영어, 일본어, 태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와 함께 '선택 외국어' 자리를 두고 경합하게 됐는데요.

보수의 끝판왕으로 꼽히는 인도가 무려 28년 만에 개정한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새로운 외국어가 제2외국어로 등장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인도의 입장에서 이제 한국을 단순히 '잘 사는 국가'가 아니라 '오랫동안 상생해야 할 국가'로 인정한 겁니다.

당시 이미 인도의 15개 학교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해 시범적으로 운영 중이었지만, 정식 과목으로 승격시켰다는 점에서 상당히 큰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가 많았는데요.

사실 이러한 트렌드는 비단 인도에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라 범세계적인 현상이기는 합니다. 한류의 인기가 정점에 달한 인도네시아의 경우, 4개 대학교에 한국어학과가 개설됐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고등학교도 등장했습니다. 인도와 마찬가지로 워낙에 경쟁률이 높아 소위 머리 좋은 엘리트들이 입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베트남 역시 동일합니다. 베트남에서는 이미 2017년부터 20개 대학교에서 한국과 관련된 학과가 개설되었고, 삼성과 LG 등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베트남어와 한국어에 능통한 직원을 선호하다 보니, 한국어 구사자의 몸값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습니다.

높은 임금을 받으려는 것은 모든 젊은이의 꿈이다 보니, 더 똑똑한 젊은이들이 몰리는 것은 자연적인 이치입니다. 고작 아시아에서 한국어 인기가 많은 것을 두고 무슨 호들갑이냐는 분들도 충분히 계실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이는 고작 아시아에서 일어나는 호들갑스러운 상황은 아닙니다.

지난 10월 17일, 미국의 공영 라디오 채널인 NPR은 미국 현대 언어학회의 통계를 인용한 보도를 내놨는데, 보도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6년까지 7년간 미국 대학생의 한국어 강의 등록은 8,449명에서 15,072명으로 무려 78%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현대 언어학회는 예비 보고서, 중간 보고서, 최종 보고서 형태로 비슷한 자료를 발표하는데, 2019년 6월에 파이널 리포트가 발표됐습니다. 해당 보고서의 32페이지에는 2006년부터 2016년, 10년 동안 한국어 강의 등록자 수를 제시하고 있는데, 2006년 7,146명에 불과한 한국어 강의 등록자 수는 2016년 13,936명으로 늘었죠.

그런데 이를 1958년부터 시작하면 그 증가율은 더욱 놀랍습니다. 1958년 26명에 불과한 한국어 강의 등록자 수는 2016년 13,936명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그 증가율이 무려 53,000%를 넘습니다. 경이로운 수치가 아닐 수 없는데요.

물론 절대적인 수치가 적기 때문에 적당한 비교가 될 수 없다는 통계의 함정을 제시하는 이들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현재는 2016년이 아닌 2022년이기 때문에 한류의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 기간의 증가율도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한 자료입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부소장을 맡고 있는 '빅터 차' 조지타운대학 정치학 교수는 NPR과의 인터뷰에서 "나와 같이 1980년대에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운 사람들은 전부 한국계로서, 집에서 접하는 한국어 실력을 향상하려는 이들이 전부였다."라고 전하며 "하지만 지금은 한국어 수강 학생의 절반 이상이 K-POP 등을 통해 한국어를 발견한 외국계 학생들이다."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조지타운대 역시 기존 과목으로는 넘치는 한국어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면서 가을부터 새 한국어 과목을 개설하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전 세계에서 영역을 확장 중인 한국어 교육에 과연 문제는 없을까요?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아시아학 및 한국어 문학과 교수이자, 지난 콘텐츠의 주인공이었던 '다프나 주르' 스탠포드대 교수의 스승 '로스 킹'씨는 "한국어 교육을 가장 잘한다는 UCLA에서 한국어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7명 중 6명이 교수가 아닌 강사"라며 "비싼 돈 내고 힘들게 공부했는데, 교수 자리가 없으면 왜 하겠나?"라는 말로 부족한 지원 상태를 꼬집습니다.

특히, 최근 북미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한국어 강의 등록자 수에 대해서 "수강생만 70% 늘었을 뿐, 그렇다고 한국어 전공자가 늘어나지는 않았다."라며 장학금만 있으면 오겠다는 학생은 너무나 많은데, 기초 인프라가 안 되어 있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또한 그는 "일본학이나 중국학은 돈이 남아돈다. 일본은 그 투자를 70년대 초부터 했기 때문이다."라면서 대한민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을 넌지시 던졌습니다.

한국어 열풍은 한류가 주도했습니다. 그러나 한류가 주도한 한국어 열풍을 더 오래, 더 효과적으로 유지시키는 것은 정부의 몫입니다. 한류에 기대어 더 많은 것을 바라지 말고, 일선에서 뛰는 교육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현명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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