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예민한건가요?" 남이 나를 질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제가 예민한건가요?" 남이 나를 질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안녕하세요. 일부 심리학에서는 '질투'를 '시기심'과 '선망'이 섞여 있는 감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기본적으로 시기심은 적개심이기 때문에 파괴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졌을 때 그 사람이 그것에 적합하지 않다거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 상대방 혹은 상대방이 가진 그것을 파괴하려는 본능이 있어요.선망은 마찬가지의 상황이에요. 내가 갖지 못한 혹은 내가 갖고 싶은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다른 상대방을 보았을 때 상대방이 그것을 가질 만한 자격이 있다고 인정하고, 가질 만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것을 부러워하며 그렇게 되고 싶어 하고, 그것을 따라 하고 싶거나 동일시하고 싶다는 생각을 '선망'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정말 존경하는 선배 혹은 존경하는 선생님을 보면서 따라 하고 싶어지거나 아니면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할 때는 그것을 파괴하고 싶은 분노나 적개심과는 좀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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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정말 순수한 의미에서의 선망은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그것을 가지고 있는 것을 인정하고 가질 만하다고 그 자격을 인정하며, 내가 받아들이기 때문에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죠. 고통스러워요. 배가 아프다는 건 고통스럽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일론 머스크가 땅을 사면 배가 아프지는 않습니다. 저는 일론 머스크가 땅을 샀다고 배가 아프지는 않아요. 고통스럽지 않아요. 왜냐하면 상대가 그것을 가질 만하다고 인정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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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순수한 의미의 선망은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상대방을 동경하는 거죠.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에 선망에는 약간씩 시기심이 곁들여져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선망에 시기심이 섞여 들어갈 때, 혹은 시기심과 선망이 섞여 있을 때 느껴지는 그런 복합적인 감정 상태를 '질투'라고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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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예를 들어서 상대가 나를 질투한다고 표현한다면 그것이 정말 '질투'인지, '시기심'인지 감별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친구가 내 앞에서는 막 칭찬하면서 뒤에서는 나를 깎아내리기만 하고, 나를 욕하고, 험담한다면 이건 분명히 파괴적인 행동이거든요. 나를 깎아내림으로써 나를 파괴하고, 내가 가진 것들을 험담함으로써 내가 가진 것을 파괴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것은 '시기심'에 가까워요.

사실 나를 시기해서 나를 파괴하려고 한다면 저는 그걸 과연 친구라고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친밀한 관계가 아닐 수 있는 거죠.

그렇지만 질투는 시기심을 내포하고 있지만, 내가 그것을 가진 것을 인정하고 동경하기 때문에 무조건 파괴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내가 입고 있는 옷이나 내가 먹는 것, 내가 놀러 가는 곳 등을 보면서 따라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앞에서는 특별히 별 이야기 안 하거나 무미건조하게 이야기하다가 인스타그램이나 SNS에 올리는 것을 보면 다 내가 이야기한 걸 그대로 똑같이 따라서 올리는 친구들이 있죠.

예를 들어서 정말 선망하고 동경해서 찬양하고, 우러러보고, 따라 하고 싶어 하고, 그걸 이야기하고 따라 한다고 하면 사실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도 그렇게 불편하지 않을 텐데, 눈앞에서는 시큰둥하게 별 반응을 안 보이다가 인스타그램에 똑같은 거 사서 입고, 엄청 예쁜 걸 자기가 고른 것처럼 올리는 경우가 있죠.

그런 것들은 단순히 나를 파괴하고자 하는 시기심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또 나를 무조건 우러르고 동경하는 선망도 아니죠.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그 미묘한 감정을 우리는 '질투'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 친구가 나를 질투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는 것은 예를 들어서 직접적으로 공격을 하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한 일들을 무효로 되돌리려고 한다거나,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이루어 낸 무언가를 그 노력이 별거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거나, 내가 했던 행동들을 가치 없는 것으로 평가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행동이 나를 부정하고, 없애려고 하는 '시기'에 가깝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서 내가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해서 시험에 합격했어요. 그런데 "매번 너 시험 잘 못 보는데, 이번에만 엄청 운이 좋았나 보네?"라고 이야기를 한다거나 내가 정말 오랫동안 간절히 노력해오고 바라 왔던 것을 알면서도 "그거 별거 아니야~ 요즘에 그거 누가 해?"라는 식으로 폄하하는 경우가 많이 있죠. 이런 경우에는 사실 '시기심'이 더 많이 섞여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시기심이 한쪽에 있고, 선망이 반대쪽에 있다고 한다면 질투는 그 사이 어딘가의 모호한 구역에 있는 감정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나를 '시기'하는 사람이 '질투' 정도만 하게끔 조절하는 방법을 생각해 본다면 일단, 첫 번째로는 나를 시기하는 모든 사람에게까지 인정받아야만 행복해질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모두가 나를 시기하지 않을 수는 없겠죠.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선망하고 사랑해 주기만을 바랄 수야 있겠지만, 불가능하지 않겠어요?

그렇지만 나를 정말 시기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그 사람을 찾아내고 색출해내서 앙갚음해 주거나 되갚아주는 데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생각할 때는 내가 이것을 가질 만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거잖아요. 내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를 시기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이것을 충분히 가질 만하고, 나는 이것보다 훨씬 더 인정할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충분히 오랫동안 꾸준히 유지해 나가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상대방도 어쩔 수 없이 "저 사람은 그럴 만한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의 적개심과 분노도 조금씩 사그라들 거예요.

무의식을 설명할 때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무의식을 설명할 때뿐만 아니라 우리의 성과를 평가할 때도 빙산의 일각만 보는 것 같아요. 숨겨진 노력의 크기는 못 보는 것 같은데, 그 노력의 크기를 보여줄 수만 있다면 굳이 누군가에게 질투받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노력의 크기를 어떻게 다 남들에게 보여주겠어요. 내가 그동안 했던 희생이나, 그동안 견뎌오고 감내해 왔던 그 모든 시간을 다른 사람들이 다 알아주기를 기대하는 것이 어쩌면 조금 불가능한 노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들은 결국 눈에 보이는 것만 보거든요. 사람들은 결국 지표로 드러나는 것만 평가합니다.

아까도 이야기했다시피, 눈앞에서는 칭찬하지 않고 별거 아닌 것처럼 깎아내리면서 뒤에서는 똑같이 따라 하고, 선망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는 건 일단 앞뒤가 다른 행동이니까 당연히 기분 나쁠 수 있죠. 어떤 면에서는 선을 좀 넘었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해는 되지만 불쾌하다는 것을 나 스스로 알고, 그럴 때는 관계 자체를 완전히 파괴하거나 그 사람에게 짚어내면서 직설적인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잠시 시간을 좀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상대방이 그러한 질투 어린 행동을 한다는 것은 나를 시기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나처럼 되고 싶거나 나와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마음이 조금 더 긍정적인 에너지 쪽에 가깝다고 한다면 내가 어느 정도 시간을 가지고, 어느 정도 거리를 뒀을 때 그 여유 안에서 상대방이 자신의 감정을 정리할 수 있을 거예요.

상대방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그런 고통스러운 마음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주는 것만으로도 저는 그 관계를 포기하지 않고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과 여유를 줬는데, 그 사람 마음 안에서 그게 점점 더 큰 시기심으로 자라나서 더 본격적으로 나를 미워하고 폄하하기 시작할 수도 있죠.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굳이 그 관계를 위해서 더 많은 에너지를 쏟거나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반대로 내가 어떤 친구를 굉장히 질투하고 있는 마음 때문에 되게 불편할 수도 있거든요. 그럴 때 내 마음을 컨트롤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질투는 고통스럽습니다. 왜냐하면 질투는 고통스러운 적개심과 분노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다른 친구를 질투할 때도 당연히 고통스러워요.

그런데 질투가 더 고통스러운 이유는 상대방을 파괴하고 싶은 본능과 상대방을 지키고, 상대방과 함께하고 싶다는 모순된 마음이 함께 있기 때문에 더 고통스럽죠.

친구가 사업에 성공하거나 큰돈을 벌거나 잘 되면 축하해 주고 싶고, 정말 내가 아끼는 친구가 잘됐다는 사실에 내 일처럼 기뻐요. 내 일처럼 기쁘고, 축하해 주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그렇게 되지 못했다는 것, 나도 저것을 갖고 싶다는 것 때문에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고통스럽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거나 도망치려고 하지 말아야 해요.

내가 저 친구를 저렇게 부러워하고, 저 친구가 내 마음속 어디 한 구석에서는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저걸 가질 만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나는 저걸 갖지 못했는데 저 친구는 가졌다는 걸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는 게 중요해요.

동시에 한편으로는 그래도 나는 저 친구가 그것들을 가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축하하며, 나에게 소중한 저 친구가 저것을 가지게 되어서 기뻐하는 마음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시켜주면서 거기에 집중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어느 한쪽을 부정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점점 더 힘들어집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를 이렇게나 시기한다는 마음 때문에 자책하게 되고, 그것 때문에 더 우울하고 힘들어지는 건 결과적으로 관계를 더 멀어지게 만듭니다. 혹은 내가 저 친구를 인정하지 못하는데, 저걸 가졌다는 사실에만 집중하기 시작하면 시기심만 점점 더 커질 수가 있어요.

그 두 가지가 내 마음에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친구가 나에게 소중하기 때문에 지금 내 안에 있는 고통스러운 감정보다는 이 관계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보면 어떨까 싶어요.

질투는 고통스럽지만, 고통스럽다고 해서 그 감정이 나쁘거나 해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고통스럽지만 질투 안에는 사람과 친밀함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때 나를 질투하는 상대방의 마음도 조금은 더 따뜻하고, 조금은 더 친밀하게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요. 상대방을 질투하는 나의 마음에 대해서도 조금은 더 관대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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